The FLASHER: Ji Hoon Park Solo Exhibition
Ji Hoon Park
2004/06/04 – 2004/07/02

노출증: 박지훈 개인전

작가: 박지훈
오프닝: 2004년 6월 4일(금) 오후 6시
장소: 대안공간 루프

The FLASHER: Ji Hoon Park Solo Exhibition

Artist: Ji Hoon Park
Opening: Jun 4th 6:00pm(Fri), 2004
Venue: Alternative Space LOOP

…거울 속에 익사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라몽 고메즈 드 라 세르나)

의도된 유치함으로 그린 몽상들
그는 몽상을 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이미지를 복제하면서 그만의 몽상놀이에 빠져있다. 몽상만큼 자신의 내부에 몰두되는 놀이도 없겠지만. 서른 중반을 넘은 박지훈에게 몽상놀이는 일상이 된 것만 같다. 작가는 인터뷰 내내 전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라는 말을 세 번 이상 강조했다. 글쎄.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예술을 하는 작가들이 있을까? 지나치게 쓸쓸하게 비춰진 그의 말이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박지훈은 스튜디오에 갇힌 채 작업을 한다. 그의 비디오 카메라는 스튜디오 밖을 담은 적이 거의 없다. 그는 홀로 자신의 얼굴, 몸을 찍는다. 더욱 재미난 건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그의 클리쉐(들)이다. 우스꽝스런 수영모와 유행을 한참 지난 듯 보이는 수영팬티를 입고 유치한 행동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고 한다. 박지훈은 자신이 콜라병이라고 했다. 현실의 콜라병은 그의 몽상 안에서 유행에 뒤떨어진 수영복과 물안경, 게다가 오리발까지 착용한 모습으로 희화화된다.

그의 의도된 유치함은 현실을 살짝 비껴간다. 무한대로 복제된 자신의 클리쉐들은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허공에서 수영을 한다. 앞뒤로 팔을 젓고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서 그의 분신들은 지상 위에서 즐거운 수영을 즐긴다. 그런데 그의 즐거운 수영놀이엔 뭔가 엄격한 질서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끊임없이 전진하는 그의 분신들은 실상 전진이라기보다 정체되어있는 듯 여겨진다. 무엇인가에 가로막혀있는 듯한 느낌. 닫힌 문을 향해 쉬지 않고 팔을 젓는 그의 모습 속엔 블랙코미디 같은 연민이 배어난다. 바슐라르는 『몽상의 시학』에서 닫힌 집에서의 고독은 사물과 대화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몽상은 일종의 존재의 놀이가 되어 몽상가의 시선을 아주 예민하게 만들어준다고 언급했다. 결국, 몽상가와 그의 대상은 동일시되며 하위생존의 몽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하위생존이라. 박지훈의 의도된 어긋난 행위들과 스스로를 희화화시키는 피에로 같은 행동 속에는 현실계를 벗어나 일종의 하위적 존재를 끌어올린 듯한 인상이 포착된다.

하위적 존재로서의 퍼니 페이스
박지훈의 작업에서 일관적으로 드러나는 감추기는 자신의 일그러짐으로 나타난다. 그는 자신을 감추는 방법으로 퍼니 페이스를 의도적으로 강조한다. 과연 그의 일그러트림은 무엇을 감추기 위한 것일까? 다양한 추적과 일반적인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그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일종의 두려움을 발견했다. 그의 카메라는 자신에게만 집중되어 있고 그는 가상의 인물과 공간을 창조하면서 자신만의 놀이를 즐긴다. 의도된 과장은 억압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다. 그는 무언가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깊게 심어주었다. 소통을 원하지만 어쩐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듯한 인상.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그는 직설적으로 그가 원하는 소통을 전면에 등장시킨다. 새로운 비디오 작업 「I want you to want me, 난 네가 날 원하길 바래」에서 그의 판타지는 자신의 퍼니 페이스에서 확장된 새로운 양식을 보여준다. 자신에게 집중되었던 시선은 영화 『원초적 본능』으로 이동되었으며 그가 선택한 이미지는 유혹의 몸짓으로 번역되었다. 영화 속의 샤론 스톤은 작가의 마음대로 조종되는 마리오네트와 같았다. 세상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다는 서투른 희망과 순진한 환상은 사춘기 소년의 욕망처럼 읽어진다.

다 갖고 싶다는 욕망은 절대적으로 부서질 수밖에 없다. 세상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환상 역시 몽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리라. 박지훈의 사뭇 마초적인 판타즘은 초라하게도 그의 스튜디오 안에서 리모콘의 죠그셔틀에 의지에 의해 소박하게 자신의 환상을 충족시킨다. 슬프다고. 물론 그의 작업 안에서 야릇한 연민을 이끄는 요소들이 존재함을 숨길 수는 없지만 나는 이러한 작가의 태도를 다른 시선에서 해석하고 싶다.

해석의 즐거움
박지훈의 작업은 이중적이다. 해석의 첫 번째 즐거움으로, 그의 이중성은 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다 강조된다. 그리고 물과 몽상은 마치 한 쌍처럼 함께 등장하곤 한다. 바슐라르는 물 앞에서 나르시스는, 그 자신의 동일성과 이원성, 남성적이며 여성적인 그의 이중의 매력, 특히 그 자신의 현실성과 관념성의 계시를 갖는 것이다.(갸스통 바슐라르, 물과 꿈, 문예출판사, p.39)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 해석은, 억압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모든 것을 자신의 질서 속에 편입시키려는 욕망으로 드러나는 우월감과 퍼니 페이스라는 표피적인 이미지로 부각되는 하위적 존재감의 부정교합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의 작업에서는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이 표면적으로는 숨겨졌었다면, 「I want you to want me」에서는 『원초적 본능』의 이미지를 해체를 통해 짐짓 숨겨졌던 지배의 욕망은 형태를 갖게 되었다.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부수려하거나 동일한 위상으로 자리 잡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것이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기에 우리의 본성은 자꾸 위축된다. 박지훈이 만든 그의 분신이 보여주는 하위적 환상 혹은 하위적 존재 역시 숨기고 싶은 자신이겠지. 그래서 그의 퍼니 페이스는 표면적으로는 은폐의 미학으로 위장되어있지만, 짐작컨대 자신을 드러내는 수많은 나 가운데 가장 은밀하면서도 직설적인 이중적인 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리라.

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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