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ity Bites 01
2002/10/09 – 2002/10/27

참여 작가: 김상길, 노재운, 모임 별, 원동화, 천영미
장소: 대안공간 루프
기획: 김현진

Artists: Sang Gil Kim, Jae Woun No, Byul.org, Dong Hwa Won, Young Mi Chun
Venue: Alternative Space LOOP
Curated by: Hyun Jin Kim

Reality Bites 01

이 전시는 두명의 젊은 큐레이터들(김현진(아트선재센터), 민병직(일민미술관))에 의해 기획되는 전시로 오늘날 젊은 세대들의 리얼리티에 대한 다른 차원의 감각들을 보여주려는 기획의도를 지니고 있다. 이 전시는 1부(10월 9일-27일/김현진 기획)와 2부(11월 6일-20일/민병직 기획)로 나뉘어져 대안공간 루프에서 전시된다.

이 전시의 제목인 『Reality Bites』는 1990년대 후반 소위 X세대가 대학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면서 겪는 현실에서의 좌절과 사회 부적응을 그리는 청춘 영화에서 따 온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청춘 스케치로 소개된 바 있다. 원제를 우리말로 하면 “현실은 실랄하다”쯤 되겠지만, 이번 전시가 그리는 내용은 오히려 이 실랄한 현실과는 모순되는 초-현실, 탈현실적 리얼리티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의 분절이나 교차,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 제스츄어의 정치학을 통해 오히려 이번 작가들은 “표상될 수 없는 것을 표상하는, 그럼으로써 표상할 수 없는 것의 존재를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료타르) 오늘날의 시각 예술의 문법과 세대적 감수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전시의 1부에는 총 5명의 작가들이 선보여진다. ‘모임 별’은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나레이션의 교차를 통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다양한 분야(디자인, 음악, 패션, 사진, 미술 등등)에서 활동하는 4인의 멤버들로 구성된 아티스트 집단이자 전자음악 밴드인 ‘모임 별’은 시각, 언어, 소리에 대한 독특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직관과 연상에 의한 이들의 비약적인 세계는 지속적으로 “월간 뱀파이어”를 통해 발표되어져 왔다. 김상길과 노재운은 영화나 미디어적 장치들 속에 숨겨진 허구와 실재 사이의 혼돈을 역이용하는 작가들이다. 김상길은 헐리웃 영화 속에 교묘하게 스며들어 있는 간접광고, 또는 기묘하고 비논리적인 상황(관객들이 영화적 설정으로 간주하여 지나쳐버릴 수 있는)을 포착하고 그것을 한 장의 사진 속에 재연출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그는 우리의 일상에 침투해 있는 시스템의 존재를 역으로 노출시키는 제스추어의 정치를 보여준다. 노재운의 웹작업 「3 open up」은 방송미디어의 나레이션과 위성 사진을 결합하여 눈으로 보는 이미지의 허구적 측면들을 역설적이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들춰 보이고 있다. 특히 그는 인터넷에서 얻은 소스들만을 결합시켜 새로운 가상- 가상적인 이미지로 존재하는 북한에 또 하나의 실제 같은 가상을 첨가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픽션과 논픽션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주는 이 작업은 한편 미디어에 대한 망상에 유쾌한 일침을 놓는다. 원동화(회화)와 천영미(설치)는 낯설고 모호한 형상과 사물들을 통해 불안정하거나 소심한, 그러나 미시적 영역에 몰입해 있는 현재 젊은이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사적인 언어와 세계로부터 표상하는 이들의 사물과 형상은 비논리적이고 모호하다. 사물이나 대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재현하고자 하는 원동화의 그림들은 마치 원근적 사고가 말소된 듯하며, 천영미는 일상적인 재료들을 낯선 방식으로 결합시켜 무의식적 언어의 분절을 사물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너와 나, 담배, 커피, 그리고 5$만 있으면 난 만족이야”라고 말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좌절보다는 비현실적 상황을 즐기며, 그 경계에서 발견해 낸 자신만의 문법 속에서 살아간다. 이번 전시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다루고, 보이는 현실과 느끼는 현실, 그리고 재구성되는 현실을 상호교차 시키거나 비선형적 사고와 비약을 통해 자신의 내러티브를 엮어내는 작가들을 선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영화나 인터넷 등 가상적 매체들을 일찍부터 경험하면서 자라 온 세대들에게서 포착되고, 한층 더 가시적인 특성들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독특한 이미지들과 언어적 경험을 제공하며,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쏟아내는 많은 작업들을 관통하는 중요한 특징을 살펴보게 할 것으로 여겨진다.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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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 ‘별byul’, 전통적으로 사냥꾼에겐 미래가 없다고 합니다, 디지털 출력과 10채널 사운드,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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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길, 박수, 컬러인화, 120×160cm,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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