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건축은 인간집합의 공간형식으로 그 구조와 형태 그리고 Material등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계되어진다고 말한다.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또는 환경의 조건에 따라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의 공간을 꾸미며, 짓고, 가꾸고, 이를 유지시키고 있다. 특히 문명과 자본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은 용납되는 듯 보여 졌다. 하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일상사가 우리의 공간에 의해 함몰되어지는 풍경을 보게 되었다. 문명과 자본의 이기는 우리스스로에게도 무감각과 정체성에 대한 망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습관처럼 때가 되면 마냥 올라가는 도시의 마천루들이 우리에게 그리도 기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의 작품은 이와 같은 우리의 풍경을 반영하게 된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풍경을 사람이 스스로 감상하고 자위하는 모양이 왠지 어설픈 우리들의 초상인 듯 하다.
한 개의 유닛이 서로 연결되어 구조를 이루고 한포 한포의 시멘트들이 쌓여져 도시를 만들어 나아가는 과정과 그 강력하고 폭력적인 체험을 나의 작업에서 내 스스로도 느끼게 된다. 나는 내가 만드는 풍경 안에서 강한 부재의 무엇을 유도한다. 오히려 기능성을 배제한 나의 풍경들은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물을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정체성이 부재한 회색의 콘크리트의 느낌은 작가가 현재 우리의 공간(도시)들을 지각하는 방식이다. 사회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주체적인 미학 기준에 따르기 보다는 기능적이고 한시적인 유행과 자본의 양에 쫓기어 이루어진 우리의 공간들은 일정시간이 흐른 작금에 와서 혼성(hybrid)이라는 중성적 풍경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그러한 혼성의 반복으로 정체성을 잃어버린 우리의 도시, 무엇인가 결핍되고 비어있어 이 시대와 공간의 풍경들을 그려보고자 한다.
글: 김상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