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의 역사서인 <수서-지리지>에는 고독(蠱毒)이라는 주술이 전해진다. “오월 오일에 백 종의 벌레를 모아 큰 것은 뱀, 작은 것은 이와 함께 그릇 안에 함께 두고 서로 싸우게 만들어 최후에 남은 것을 이용한다. 뱀을 사용하면 사고(蛇蠱), 이를 사용하면 슬고(虱蠱)라 한다.”고 언급된다.
작은 항아리에 독이 있는 작은 동물들을 함께 넣어두면 자연스레 서로 싸우고 잡아먹게 되고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살아남는 한 마리에게 모든 독기가 응축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최후의 한 마리가 남을 때 까지 기다려서 그 독을 채취하면 그야말로 강력한 독이 된다고 한다. 이 전설적인 독은 중국의 기록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성호사설>, 일본의 <속일본기> 등의 기록에도 확인할 수 있고 관련 법률도 전해진다고 하니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에서 오랜 시간 사용된 것으로 보여 진다.
청소년 시절 동네 책방 한 켠 에서 읽은 만화책에서 등장했던 이 고독(蠱毒)을 꽤 오랜 시간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고독(孤獨)이라 이해했다. 강해서 살아남든 살아남아서 강한 것이든 어찌됐든 혼자 남으니 고독해서 고독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그저 만화가의 상상의 산물이라 여기고 넘겼던 그 고독이 실재임을 알게 됐을 땐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미묘한 생각이 들었다. 고독(蠱毒)이든 고독(孤獨)이든 고독은 실재하고 우리는 참 고독 같고 고독 한 삶의 경쟁을 살아가고 Play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평등하고 공정하다고 여겨지며 추앙 받던 능력주의의 경쟁은 또 하나의 도그마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TV를 가득 채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변하듯 사회 전반적으로 경쟁과 공모에 관심도가 높고 그와 함께 비판과 의심의 눈초리가 매섭다. 고독(蠱毒)의 방법으로 고독(孤獨)한 예술플레이어를 발굴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게임의 알고리즘으로 누가 참여하든 동일한 알고리즘으로 진행되게 디자인하여 피할 수 없는 경쟁은 놀이의 방법으로 치환하고 과정의 투명성을 태생적으로 갖추고자 한다.
본 기획은 전시를 하나의 게임으로 상정한다. 기획자는 마치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의 게임 마스터처럼 게임의 법칙을 구성하고 참여자들은 플레이어(염인화, 오주영, 이선미, 장진택, 조현대)로서 게임에 참여하여 전시를 구현해 나가게 된다. 리서치 과정에서는 개인의 주관이 어느 정도 개입되지만 전시구성 과정에선 게임의 법칙에 따르게 되어 주관보단 주어진 알고리즘에 따르게 된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놀이의 과정을 통해 전시가 구현되고 이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구현할 수 있다. 마치 게임이 같은 RPG라 해도 콘셉트와 목적에 따라 MORPG, MMORPG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듯 말이다.
글: 윤제원, 다학제 예술가
■ 플레이(작가 선정) 방식
- 플레이어들 각자가 원하는 키워드를 선정하고 5인의 플레이어들이 중복되게 선정한 키워드들을 추출한다.
- 추출된 키워드를 기반으로 작가들을 리서치 한다.
- 리서치 한 작가 중에 플레이어들이 중복되게 리서치 한 작가는 제외한다.
-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리서치 한 작가들의 선호도에 따라 순서를 정한다.
- 타 플레이어들이 리서치 한 작가들을 선호도에 따라 순서를 정한다.
- 자신이 정한 최초 순번과 최후 순번이 타 플레이어와 중복될 경우 해당 작가는 제외한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4인의 플레이어 중 한 명이라도 중복될 경우 그리고 최초나 최후 중 하나라도 중복될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 세이브
-세이브: 지금까지 과정에서 자신이 리서치 한 작가가 모두 제외된 플레이어는 4번 과정에서 제외된 작가들 중 임의로 1인의 작가를 선정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는 해당 작가의 전시설치와 이후 순서에 관여할 수 없게 된다.
-슈퍼세이브: 지금까지 과정에서 자신이 리서치 한 작가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플레이어는 2번 과정에서 최초 순번으로 정한 작가를 6번 과정과 상관없이 추가로 선정할 수 있다. 동률이 있을 경우 주사위 굴림으로 슈퍼세이브를 정한다.
- 플레이어들은 타 플레이어가 리서치 한 작가들 중 각 2인씩 투표할 권한이 주어진다. 이것은 선호도의 순서가 아니어도 무방하다. 각 플레이어 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작가 1인씩을 선정하여 전시를 구성한다.
- 5인의 플레이어마다 1인의 리서치 작가와 슈퍼세이브 작가를 포함하여 전시참여 작가를 총 7인으로 구성한다.
■ 작가 매칭 리스트
염인화 x 권희수
오주영 x 민트박
장진택 x 정성진
이선미 x 망무, 민구홍 매뉴팩처링
조현대 x 인세인박, 현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