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 suis l’hommelette!!: Ji Na Noh Solo Exhibition
Ji Na Noh
2005/01/28 – 2005/03/04

나는 오믈렛입니다!!: 노진아 개인전

오프닝: 2005년 1월 28일(금) 오후6시
작가: 노진아
장소: 대안공간 루프
후원: 한국문화예술진흥원

Je suis l’hommelette!!: Ji Na Noh Solo Exhibition

Opening: Jan 28th 6:00pm(Fri), 2005
Artist: Ji Na Noh
Venue: Alternative Space LOOP
Supported by: Art Council Korea

“인간(l’Homme)은 알 껍질이 깨어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며, 오믈렛(l’Hommelette!!)이다.”_Jacques Laqan 1966

노진아의 작업은 늘 포스트휴먼적인 소재로 인간과 기계 사이의 긴장감을 다루어 왔다. 후기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생활과 소통 방식이 과학적 메커니즘을 따르게 되는 현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주목하며 작품에서 표상하고자 한 바가 그러한 징후들의 속성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 개인전의 작업 『Je suis l’hommelette!!』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보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소시민은 인터넷과 컴퓨터가 제공하는 가상현실의 소통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가상현실이 제안하는 삶의 방식을 따라 우리는 지역과 시간의 제한을 넘어, 다량의 지식을 손쉽게 주고받고, 보다 많은 관계를 설정할 수 있으며, 그러한 인터페이스가 발전할수록 더욱 편리해질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노진아는 지난 개인전의 작업 「타이핑 하세요, 나는 말을 할테니」(2004)에서 인간이 되고 싶은, 인간을 닮은 사이보그와의 대화를 통해, 기계화 되어가는 인간의 소통 방식을 재고할 기회를 주었다. 또한 「아직도 그 피아노를 치나요?」(2002)나, 「너무나 적극적으로 수동적인」(2004)과 같은 작업은 그러한 소통 시스템이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제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노진아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대한 표면적인 재현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Je suis l’hommelette!!」에서 그녀는 인간의 소통과 행동양식을 규정하는 기계적 상호작용 방식을 주체의 형성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맥락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두 개의 방에 설치된 「Je suis l’hommelette!!」은 인간과 사이보그를 라캉의 거울단계에 동시에 위치시키는 작업이다. 한쪽 방에는 인간의 가장 예민한 감각기관인 눈을 깨고 태어난 사이보그가, 인간이 되는 환상을 꿈꾸고 있다. 관객이 다가서면 사이보그는 꿈꾸기를 멈추고 관객을 응시하기 시작한다. 다른 방에는 사이보그의 시야에 잡힌 대상이 투사되는데, 관객은 사이보그의 자아가 되어 그 앞에 마련된 키보드로 반대편 방의 관객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한쪽 방에만 관객이 있을 경우, 사이보그는 관객에게 자신이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음을 호소하거나, 자신의 자아가 되어주기를 재촉한다. 이 모든 상호작용은 갓 태어난 사이보그가 타자로서의 인간을 바라보며 자신의 주체를 형성하고, 관객은 사이보그의 자아가 되어 그 시각을 공유하거나, 타자가 된 채 주체의 형성에 참여하는 과정을 표상한다. 「Je suis l’hommelette!!」은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인간과 기계가 서로를 주체와 타자로 인식하는 것을 가능케 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거울 단계를 적나라하게 재현 하는 작업이다.

「Je suis l’hommelette!!」과 상호작용하면서 사이보그가 인간적인 주체를 형성하려는 부질없는 과정에 아무런 감흥이 없는 관객이라면, 그는 자신이 기계적 주체가 되어간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지각하지 못하는 이일 것이다. 작품 속 사이보그의 부질없는 노력은 인간이 주체를 형성하는 첫 번째 과정인 거울 단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둘 다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려는 욕망에 지나지 않지만 동시에 주체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형성하는 과정인 것이다. 오늘날 기술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사이보그가 인간화 되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실재로 가상세계의 장치와 소통방식을 거울삼아 주체를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기계적 소통방식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안겨줌과 동시에 우리의 생활양상에 같은 만큼의 규율과 통제를 생산한다. 푸코의 권력 담론을 부정할 수 없다면, 뉴미디어에 기반하는 권력이 현대인의 주체를 생산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각성할 수 있을 것이다.

노진아는 기계적인 것들, 가상의 것들에 대해 중립적인 가치판단을 내리고 있지는 않다. 작업 노트의 “…촉각적인 것들을 발견하며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한다는 언급이나, 데뷔 후 뉴미디어 작업 전반의 서정적이면서도 우울한 공포를 연출한다는 사실이 그녀의 태도를 대변한다. 그러나 그녀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기계적 장치를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이가 노진아이다. 그녀의 작업에서 인간 대 인간의 전인격적 소통에 대한 휴머니즘적 향수가 묻어나는 것은 동시대의 병적 현상을 가장 예민하게 지각하는 예술가로서의 고통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기계적 체제를 추종할 때의 징후적 속성을 다루던 노진아는 이번 작업에서 보다 깊이 있는 본질로 접근했다. 다음 작업에서는 기술적 소통방식에 대한 그녀의 뛰어난 통찰력이 담론과 내러티브적 형식을 넘어, 보다 직관적으로 뉴미디어와 인간 사이의 주체 형성 과정을 그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주현

  • Je suis l’hommelette!!: Ji Na Noh Solo Exhibition
    Jina Noh, Je suis l’hommelette!!, Mixed media, Interactive variable installation, 2005
    노진아, 나는 오믈렛입니다!!, 혼합매체, 인터렉티브 가변설치, 2005
  • Je suis l’hommelette!!: Ji Na Noh Solo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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