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g Memory: Young Ho Ha Solo Exhibition
Young Ho Ha
2000/07/08 – 2000/07/20

뱅 메모리: 하영호 개인전

참여 작가: 하영호
장소: 대안공간 루프
주최/주관: 대안공간 루프

Bang Memory: Young Ho Ha Solo Exhibition

Artist: Young Ho Ha
Venue: Alternative Space LOOP
Organized by: Alternative Space LOOP

Bang Memory

하영호는 두껍고 투명한 아크릴판을 후벼 파서 (정확히 말하면 드릴을 이용해 깎아내는 것이다) 벌레 같은, 곰팡이 같은, 세균 같은 약간은 섬뜩하고 징그러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것들은 아름답게 채색되어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그 모습을 드러낸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그것은 그 정교한 모양새와 환상적인 색으로 보는 이들을 가까이 다가서게 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꾸물꾸물한 존재들을 화석이 되어 버린 먼 옛날의 정체 모를 벌레와 같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루프의 벽이 온통 까맣게 칠해졌다. 까만 벽으로 둘러싸여진 방안에는 또 다른 몇 개의 방들이 놓여 있다. 사람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 듯 방안의 모습을 탐색하게 된다. 밀실이라는 공간은 언제나 그렇듯이 호기심을 발동하게 하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인간들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태고 적 신화 같은, 가깝게는 애써 지울 필요도 없었고 그리 의미도 두지 않았던 어릴 적 어렴풋한 기억들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하영호는 인간은 미세한 벌레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벌레라는 생각을 한다. 하나하나의 벌레들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을 테지만 그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 중 하나인 창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물체가 진화하듯 진화된 기억은 인간의 창조행위의 결과임이 틀림없다. 인간이 가진 기억의 단편들은 이 공간의 어둠 속에 진열되어 보는 이의 개개인의 기억에 대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마치 플라톤의 상기설에서 저주받은 인간들의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천상의 미를 쫓고자 하는 듯 하영호는 끊임없이 아크릴 판을 파헤친다. 그 기억은 완벽하게 아름다워지기 위해 여러 가지 모양으로 진화하고 조합된다. 하영호는 작업실 한 켠에서 무던히 자신의 기억을-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열정적인 것이든-떠 올리며 손끝에서 퍼지는 언어로 변형시키고 미화시켜서 까만 공간 속에 환상적인 모습으로 우리 앞에 조심스럽게 펼쳐 놓는다. 까만 공간 속에서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보라. 그 기억은 더 이상 실제상황의 과거가 아니다. 포장되고 미화시킨 자신의 창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