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Fly
2016/02/16 – 2016/02/29

메이 플라이

참여 작가: 개토, 김도영, 서효은, 킹홍, 정주, 언마루
주최/주관: 대안공간루프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애주셀렉션

참여 작가 토크: 2016년 2월 16일 오후6시
현시대 작가 대안모색 간담회: 2016년 2월 27일 오후2시

May fly

Organized by: Alternative Space LOOP
Sponsored by: Arts Council Korea, Azur Selection

Participant Artist Talk: Feb 16th 6:00pm, 2016
Conferences: Feb 27th 2:00pm, 2016

메이플라이

하수산하고 각박한 시절만큼이나 문화예술의 장 역시 저 낮기만 한 곳에서 그 어려움을 이중, 삼중으로 대면하며 부단한 자기 생존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현실의 버거운 삶을 스스로의 자발적인 움직임들로 버티어 냄으로써 미래의 작은 희망을 향한 손짓들을 힘겹게 내밀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수다한 몸짓들과 함성들을 경청하고자 마련되었다. 대안공간으로서 우리 곁의, 이들 젊은 작가들의 분투의 움직임들을 외면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오랜 선배 대안공간으로서의 어떤 소임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번 전시는 2015년 작년 한해, 《MAYFLY, 하루살이》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으로, 말 그대로 하루 동안의 게릴라 전시를 부지런히 만들어왔던 흐름을 모아보고, 그 성과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려는 목적을 갖는다. 하지만 막연한 희망으로 가득 찬 어떤 밝은 미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러한 작가들의 자발적인 흐름들이 생성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의 미술계를 다시금 응시하고 곱씹어보자는데 더 큰 의미를 두려 한다. 작가로서의 생존조차 위협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비록 하루 동안이지만 스스로 발표의 장을 만들고 관람객들과 만나고, 미술계의 여러 단위들과의 소통, 피드백을 꾀하고자 한 이 대견할 수밖에 없는 흐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만큼이나 많은 한계들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만큼 현실의 미술계라는 벽은 그 알량한 위상만큼이나 견고하기 이를 데 없고 좀처럼 그 한줌의 기회조차 이들 많은 젊은 작가들의 현실적인 가능성들로 함께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기에 이들의 짧기만 했던 하루 동안의 비상은 하루살이가 그랬던 것처럼 대기 중으로 흩어져만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견고한 것들 또한 언젠가는 대기 중으로 살아질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그 하루가 생의 전부만큼이나 긴 하루일 수도 있을 것이기에 이러한 스스로의 자발적인 노력들도 언젠가는 보란 듯이 저 세상을 향해 날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전시제목을 기존의 《하루살이(MAYFLY)》가 아닌 《May Fly》로 바꿔본 이유이다. 띄어쓰기 한 칸만으로도 기존의 흐름과는 다른 어떤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도 덧붙여야겠다.

메이 플라이 전시는 말 그대로 전시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작가들을 위해, 스스로 기획하고, 조직하고, 만들어가는 일종의 DIY형 전시이다. 학력, 경력, 나이, 주제, 매체 등의 제한도 없이 열정적인 창작자라면 누구한테나 오픈된 전시일 뿐만 아니라 전시공간도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게릴라식으로 달라진다. 1박 2일간, 잠시 동안의 이들의 침입을 기꺼이 허용하는 세상의 그 모든 곳을 향해서 말이다. 전시뿐만이 아니라 전문가의 특강이나 공연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기도 하고 콜라보 형태의 전시가 모색되는가 하면, 전시된 작품끼리 물물교환을 시도하고 소액 공공지원을 통해 참여 작가의 작품을 담은 엽서가 제작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들로 전시에 따르는 현실적인 비용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지금 시대, 대다수의 작가들이 대면해야 하는 외면하기 힘든, 곤란스러운 현실이기도 할 터, 중요한 것은 비단 돈만이 아니라 각박함이며 의지라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시대의 전시라는 것의 효용성이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의해 갈수록 축소되고 변환되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시의적인 방편에 대한 모색이란 생각도 든다. 중요한 것은 전시라는 관행화된 형식이 아니라,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작품의 소통을 통한 의미의 공유와 확산에 있지 않을까. 물론 이들의 지극히 민주적인 방식, 이를테면 작품성과 관계없이(?) 작가를 선정하는 점이나 특정한 대안이나 개념 없는, 이를테면 비개념적인 자유로운 전시(구성, 연출 등)의 방향성,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대외적 소통의 차원 등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의의 여지 남겨 두고 있긴 하다. 말 그대로 지극히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그 모습들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평가조차 기존 전시의 관행이나 틀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여기에는 응당 다른 논의의 틀이나 평가들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흐름은 작년 우리 미술계를 들썩이게 했던 신생공간들의 맥락과도 괘를 같이하기도 한다. 다만 그 요란한 함성들과는 조금은 다른 조용한 길을 걸었을 뿐이다. 이번 전시가 이들의 작은 함성들을 주목하고자 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러한 현상들만큼이나 이러한 흐름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미술계의 환경과 구조변화 자체에 주목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게 이번 전시는 이들의 작지만 외면할 수 없는 궤적을 남겼던 흐름을 다시금 반추해보고 그 가능성을 응원하고자 한다. 하루살이만이 아닌 여느 전시와도 같은 호흡으로 한껏 날 수 있도록 하고 참여 작가들의 다기한 목소리들을 경청하고 그간의 몸짓들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장을 공유함으로써, 앞으로의 다각적인 가능성을 모색해 볼 것이다. 비제도와 제도의 경계에서 그 간극을 이어가고 연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 대안 공간 루프가 그러했던 것처럼, 혹은 앞으로의 대안, 실험 공간들이 그려가야 할 그 어떤 미래를 향한, 잠재적이고 현실적인 논의의 장이길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

민병직, 대안공간루프 바이스 디렉터

이번 전시는 《메이플라이》라는 시리즈 전시의 번외 편이다. 메이플라이는, 2015년 3월부터 매 6-8주마다 이뤄져 온 전시로서, 2015년 한 해 동안 7회의 전시를 하였다. 서울의 어느 곳이던 갤러리 조명이 있고, 무료로 공간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곳에 설치, 철수를 포함하여 1박 2일을 그 공간에서 기생하여 이뤄지는 오프닝 단 하루 날만 볼 수 있는 전시이다.

대부분의 기관들은 다양한 공모전을 통해 작가를 발굴해 내려 하고 작가들은 공모전을 통해 인정받고 작가로서의 (눈에 보이는) 한 걸음을 내 딛으려 한다. 하지만 지원할 때부터 많은 장애물들이 걸려있다. 근간의 공모전들을 보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공모전들이 작가의 작품들이 담긴 포트폴리오를 보기 이전에 나이, 경력, 학력, 작품 주제 등의 제한을 두고 공모를 받음으로써 그에 해당되지 않는 작가들은 작품을 보여줄 기회조차 박탈하였다. 제도권에서 이런 제제를 두는 것을 이해하나 그 밖의 ‘기타 – the other’ 작가들은 어디서 전시할 수 있는 것일까. 작품을 보여줄 만한 곳이 꼭 큰 갤러리가 아니어도 돼지만 무작위로 난무하는 카페 겸 갤러리의 벽면에 평면작품만을 걸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외의 다른 설치, 조소, 비디오 등을 포함한 여러 작품들은 도대체 어느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 인사동에 난자하고 있는 고가의 유료 갤러리들 말고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많은 작가들도 이에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이 공모할 자격이 있는 곳들만 공모하거나 유료 갤러리를 대관하며, 이런 제도권의 문제를 이야기 삼지 않는다는 것에 반해 전시를 하고 싶다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메이플라이의 기본 신념으로 시작되었다.

    

《메이플라이》는 전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전시가 가능한 작품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는 모든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주고 있다. 기획자가 작가들을 선택하는 데에는 취향이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지극히 주관적으로 누구를 뽑고 누구는 전시에서 배제시키는 작가 선택이라는 그룹전시 구성에서 매우 큰 작용을 하고 있는 요소를 누락하였다. 이 전시의 기획자의 (아마도) 유일한 역할이라면 작품들을 공간에 맞게 균형을 잡는 것과 작가의 작품 중 주요 작품이라고 사료되는 것을 골라 전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여러 위험요소를 부담하게 한다. 작품이라고 하기에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작품들이 전시되거나, 전시 이력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보기 위해서 와서 작품만 걸고 사라지거나, 갑자기 전시 당일 참여하지 않거나, 연락이 안 되어 전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분이 갑자기 오거나, 전시하기로 했던 작품이 아닌 작품을 가져오거나 등 여러 가지의 문제점들을 야기한다. 이것은 기획자를 스릴넘치게 한다. 그 누구도 전시 당일까지는 참여 작가의 정확한 명단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메이플라이는 전시의 기능도 하지만 네트워킹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전시 참여 조건으로 오픈하는 하루는 꼭 전시장에 참석해야 한다. 작가들에게는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하며, 방문자와 기획자, 비평가에게는 제도권에서 이야기하는 ‘신진작가’보다 더한 파릇함을 느낄 수 있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그룹전에서 직접 작가들을 만나거나 이야기할 시간이 적었다면, 《메이플라이》 전시에서는 참여 작가를 만나 볼 수 있다. 그리고 궁금한 것들은 직접 물어볼 수 있다.

《메이플라이》 전시를 통하여 제도권의 대형 갤러리 및 공기관에 속한 많은 미술관들의 관행을 타도하려 모인 자들이 아니다. 우리만의 리그 우리만의 축제를 만들고자 함도 아니다. 우리는 그 제도권 안에 들어가 더 많은 관람객들과 작품으로 소통하고 싶다. 허나 이 유리천장을 깰 방법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신생 대안공간들 및 소규모 공간들이 이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몸집이 커져 다른 제도권의 공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소규모 갤러리를 주로 전전하며 다양한 장소에서 전시를 하였다. 1회와 3회 때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작가들이 공동으로 모여 쓰는 까치산역 근처 작업실 한켠의 빈 공간에서, 그리고 2회 때는 (직장의 배려로) 대안공간 루프에서, 4회 때는 성북동에 위치한 장수마을 마을 박물관, 5회 때는 카페 공간, 6회 때는 문래동의 한 철강소 앞 전시장에서, 그리고 작년 마지막 전시인 7회 때는 소액다컴에 선정됨으로써 돈도 지원받고 홍대에 위치한 서울문화재단 산하기관인 서교실험센터에서 전시할 수 있었다. 흔히 생각하는 갤러리처럼 흰 벽에 조명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장소들은 콘크리트 벽이라던지, 흰색이 아닌 다양한 색의 벽 등, 기획자와 참여 작가 모두에게 도전을 꾀하게 만들었다. 2016년 첫 전시를《메이플라이》의 연장선이지만 번외 편인 전시로 시작하면서, 2015년 7번의 전시를 하며 느꼈던 것들을 돌아보고 부족하였던 것들을 재정비하며 새로운 한 해를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1년간 《메이플라이》 전시를 통해 만나게 된 70여 명의 작가들 중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 6인은 모든 작가들이 바라듯, 오롯이 전업작가로 생활하기를 바라는 작가들이다. 밥벌이가 주가 되는 삶이 아닌, 작품 활동이 주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술대학에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이가 만 35세를 넘긴 신진작가이기 때문에, 등의 제한들을 넘어서고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작가의 열정은 그 어떠한 것도 모두 불사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전시를 발판 삼아 우리 모두 더 나은 지점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며, 미래에는 서울에서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메이플라이》가 아닌, 전국, 세계 곳곳 다양한 지역에서 오픈소스로 사용되어 다양한 작가들과 기획자들에게 하나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백수혜, 대안공간루프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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