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메이플라이›라는 시리즈 전시의 번외 편이다. 메이플라이는, 2015년 3월부터 매 6-8주마다 이뤄져 온 전시로서, 2015년 한 해 동안 7회의 전시를 하였다. 서울의 어느 곳이던 갤러리 조명이 있고, 무료로 공간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곳에 설치, 철수를 포함하여 1박 2일을 그 공간에서 기생하여 이뤄지는 오프닝 단 하루 날만 볼 수 있는 전시이다.
대부분의 기관들은 다양한 공모전을 통해 작가를 발굴해 내려 하고 작가들은 공모전을 통해 인정받고 작가로서의 (눈에 보이는) 한 걸음을 내 딛으려 한다. 하지만 지원할 때부터 많은 장애물들이 걸려있다. 근간의 공모전들을 보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공모전들이 작가의 작품들이 담긴 포트폴리오를 보기 이전에 나이, 경력, 학력, 작품 주제 등의 제한을 두고 공모를 받음으로써 그에 해당되지 않는 작가들은 작품을 보여줄 기회조차 박탈하였다. 제도권에서 이런 제제를 두는 것을 이해하나 그 밖의 ‘기타 – the other’ 작가들은 어디서 전시할 수 있는 것일까. 작품을 보여줄 만한 곳이 꼭 큰 갤러리가 아니어도 돼지만 무작위로 난무하는 카페 겸 갤러리의 벽면에 평면작품만을 걸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외의 다른 설치, 조소, 비디오 등을 포함한 여러 작품들은 도대체 어느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 인사동에 난자하고 있는 고가의 유료 갤러리들 말고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많은 작가들도 이에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이 공모할 자격이 있는 곳들만 공모하거나 유료 갤러리를 대관하며, 이런 제도권의 문제를 이야기 삼지 않는다는 것에 반해 전시를 하고 싶다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메이플라이의 기본 신념으로 시작되었다.
‹메이플라이›는 전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전시가 가능한 작품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는 모든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주고 있다. 기획자가 작가들을 선택하는 데에는 취향이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지극히 주관적으로 누구를 뽑고 누구는 전시에서 배제시키는 작가 선택이라는 그룹전시 구성에서 매우 큰 작용을 하고 있는 요소를 누락하였다. 이 전시의 기획자의 (아마도) 유일한 역할이라면 작품들을 공간에 맞게 균형을 잡는 것과 작가의 작품 중 주요 작품이라고 사료되는 것을 골라 전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여러 위험요소를 부담하게 한다. 작품이라고 하기에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작품들이 전시되거나, 전시 이력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보기 위해서 와서 작품만 걸고 사라지거나, 갑자기 전시 당일 참여하지 않거나, 연락이 안 되어 전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분이 갑자기 오거나, 전시하기로 했던 작품이 아닌 작품을 가져오거나 등 여러 가지의 문제점들을 야기한다. 이것은 기획자를 스릴넘치게 한다. 그 누구도 전시 당일까지는 참여 작가의 정확한 명단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메이플라이는 전시의 기능도 하지만 네트워킹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전시 참여 조건으로 오픈하는 하루는 꼭 전시장에 참석해야 한다. 작가들에게는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하며, 방문자와 기획자, 비평가에게는 제도권에서 이야기하는 ‘신진작가’보다 더한 파릇함을 느낄 수 있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그룹전에서 직접 작가들을 만나거나 이야기할 시간이 적었다면, ‹메이플라이› 전시에서는 참여 작가를 만나 볼 수 있다. 그리고 궁금한 것들은 직접 물어볼 수 있다.
‹메이플라이› 전시를 통하여 제도권의 대형 갤러리 및 공기관에 속한 많은 미술관들의 관행을 타도하려 모인 자들이 아니다. 우리만의 리그 우리만의 축제를 만들고자 함도 아니다. 우리는 그 제도권 안에 들어가 더 많은 관람객들과 작품으로 소통하고 싶다. 허나 이 유리천장을 깰 방법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신생 대안공간들 및 소규모 공간들이 이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몸집이 커져 다른 제도권의 공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소규모 갤러리를 주로 전전하며 다양한 장소에서 전시를 하였다. 1회와 3회 때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작가들이 공동으로 모여 쓰는 까치산역 근처 작업실 한켠의 빈 공간에서, 그리고 2회 때는 (직장의 배려로) 대안공간 루프에서, 4회 때는 성북동에 위치한 장수마을 마을 박물관, 5회 때는 카페 공간, 6회 때는 문래동의 한 철강소 앞 전시장에서, 그리고 작년 마지막 전시인 7회 때는 소액다컴에 선정됨으로써 돈도 지원받고 홍대에 위치한 서울문화재단 산하기관인 서교실험센터에서 전시할 수 있었다. 흔히 생각하는 갤러리처럼 흰 벽에 조명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장소들은 콘크리트 벽이라던지, 흰색이 아닌 다양한 색의 벽 등, 기획자와 참여 작가 모두에게 도전을 꾀하게 만들었다. 2016년 첫 전시를 ‹메이플라이›의 연장선이지만 번외 편인 전시로 시작하면서, 2015년 7번의 전시를 하며 느꼈던 것들을 돌아보고 부족하였던 것들을 재정비하며 새로운 한 해를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1년간 ‹메이플라이› 전시를 통해 만나게 된 70여 명의 작가들 중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 6인은 모든 작가들이 바라듯, 오롯이 전업작가로 생활하기를 바라는 작가들이다. 밥벌이가 주가 되는 삶이 아닌, 작품 활동이 주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술대학에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이가 만 35세를 넘긴 신진작가이기 때문에, 등의 제한들을 넘어서고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작가의 열정은 그 어떠한 것도 모두 불사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전시를 발판 삼아 우리 모두 더 나은 지점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며, 미래에는 서울에서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메이플라이›가 아닌, 전국, 세계 곳곳 다양한 지역에서 오픈소스로 사용되어 다양한 작가들과 기획자들에게 하나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글: 백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