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립의 장이었던 남한 사회는 점차적으로 개인화, 상업화가 가속화되는 불안정한 자본주의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타의에 의해 진행된 근대화와 냉전이데올로기의 흔적들은 한국사회의 여러 단면들에 들어와 우리 삶의 스타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코리아 에피소드›는 신진의 발랄함도, 중견의 무거움도 아닌 참여작가 각자의 한국이며 각자의 현실이다. 이들은 하나의 미디어인 영상작업에 하나의 주제어를 가지고 작업함으로써 한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위험을 진지한 읽을거리로 드러내게 될 것이다.
참여작가들은 개인의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 하기위하여 전시 기획구성단계에서부터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한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요소들(사회, 정치, 역사, 문화 등)을 리서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한국사회의 여러 경계면을 참여작가들 개개인은 각각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을 만들며, 이를 통해 동시대 사회적 이슈와 담론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관심은 실로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다양하지만 그 기본적인 태도와 입장은 대동소이한 것 같다. 사회의 미시적인 힘들의 영향관계에 관심을 갖는 다는 것, 거대서사가 아닌 소수의 목소리와 감성에 시선을 천착한다는 것, 이러한 관심과 시선을 통해 비가시적인 사회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려 한다는 것 등등. 아직은 에피소드 1이라는 시작점이기에 좀 더 많은 사회적 이슈와 담론들을 끌어내고 있지는 않지만 각각의 작업을 통해 이러한 지점들을 확인해볼 수 있는데, 이는 다소 늦거나 빠른 동시대 한국사회의 한 단면들이라 할 수 있다.
글: 민병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