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에코페미니즘 워크숍>에 참여자를 모집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서른 여명의 여성이 신청했고, 한 달에 한번 줌으로 만나 서로의 연구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에코페미니즘은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 인간과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전환을 요구합니다. 기존 환경 운동과 여성 운동에 대한 반성이자 대안이기도 합니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지금까지의 환경운동이 환경보호라는 구호에 집착, 단속과 법제 등에 의존해 왔다고 비판하고 여성운동 역시 남녀의 대결 구도에 지나치게 편중됐다고 지적합니다.
<에코페미니즘 워크숍>은 에코 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가 개발한 사회 과학 연구 방법을 기반으로 진행했습니다. 미즈는 지금까지의 사회 과학 연구가 근대 과학의 전통에서 출발했기에 ‘근거 없는 객관성’에 의지한다고 비판합니다. 사적 경험, 개인의 감정과 직관에 더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워크숍의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스피킹 아웃 그룹Speaking Out Group
참여자는 가부장제에 대해 자신의 사적 경험을 말하며, 워크숍은 시작했습니다. 여자아이를 낳았다고 울었다는 엄마의 이야기부터, 결혼한 언니의 장례 절차에 대해 개입할 수 없었다는 동생의 이야기까지 이어졌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우리의 일상을 촘촘히 메운 가부장제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② 액션 리서치Action Research
참여자는 여성학자 8인에 관한 액션 리서치에서 출발했습니다. 8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리아 미즈, 반다나 시바, 캐롤린 머천트, 루시 리퍼드, 도나 해러웨이, 실비아 페데리치, 린다 노클린, 그리젤다 폴록. 8인에 관한 리서치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일상과 직업에 연결 지어 주체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③ 반영Reflect
2022년 5월 14일과 15일, 참여자가 한자리에 모여 진행해온 연구를 발표하는 <에코페미니즘 심포지엄>을 개최합니다. 개인의 삶과 예술 실천에 이번 워크숍이 미친 영향을 나누고자 합니다. 민예은 작가의 설치 작업 안에서 진행되는 심포지엄에 스무 명의 관객을 모집합니다. 지난 7월과는 다르게 변화한 나 스스로를 발견하며, 여러 예술가, 시민들과 함께, 지금 문제의 대안으로써 에코페미니즘 실천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민예은, Null, 합판, 각재, 나사, 페인트, 사용한 인화지, 사용한 코팅지, 가변크기, 2022
사용한 합판의 나머지 15개 조각으로 만든 모서리 7개. 목적에서 벗어난 바깥을 상상한다. 닫힌 공간을 만들지 않고, 모서리들을 모아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부여한다.
벽, 바닥, 모서리를 타고 색을 칠한다. 시선을 위로 아래로 좌우로 움직이고 모서리와 벽 사이의 물리적 공간을 무시했을 때 끊어진 색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다.
특정 목적에서 벗어나 의도하지 않은 형태의 7개 모서리와 분절된 색이 만나 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하나의 선을 이룬다.
5월 14일 토요일
1시: 양지윤, 왜 에코 페미니즘을 공부하는가: 페미니즘 운동과 생태적 예술 실천 간의 관계
자본주의 가부장제 하에서, 자연을 대하는 방식과 여성을 대하는 방식의 유사점과 그 상관관계를 발견해 온 여성 학자들의 연구에 관해 말한다. 1980년 출간한 캐롤린 머천트의 <자연의 죽음: 여성과 생태학, 그리고 과학 혁명>, 1993년 출간한 마리아 미즈와 반다나 시바의 <에코 페미니즘>, 2007년 루시 리퍼드가 기획한 전시 <일기예보: 예술과 기후변화Weather Report: Art and Climate Change>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양지윤 발제자: 양지윤은 2017년부터 ‘대안공간 루프’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생태-젠더-공산’이라는 가치의 예술적 실천에 관심을 갖는다.
2시: 배수림, 실천으로서 에코페미니즘
마리아 미즈의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비판을 중심으로 한 리서치를 소개한다. 연구과정에서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되짚어보고, 가정주부로서 에코페미니즘의 실천 지점을 찾아본다.
배수림 발제자: 인천에서 두 아이를 기르고 있는 가사 돌봄 노동자다. 미술과 글쓰기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3시: 황수경, 발 플럼우드의 생태론과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론
발 플럼우드의 생태론과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론으로 바라보는 여성과 자연의 새로운 접속과 여성과 기술이 맺는 양가적 관계를 집어 본다.
황수경 발제자: 젠더와 생태, 기술의 관계를 탐구하며, 촉각적이고 사적인 미디어 Zine부터 미디어의 기술과 역사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기획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공간:일리를 운영 중이고 독립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4시: 토론
5월 15일 일요일
1시: 서인혜, 씨앗-물질-여성 되기
반다나 시바, 제인 베넷, 로지 브라이도티의 개념을 중심으로 씨앗에서부터 물질, 여성 되기의 과정을 추적하고, 예술적 실천으로서 에코 페미니즘의 원리를 본인의 작품세계에 대입해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해보고자 한다.
서인혜 발제자: 동양화 매체를 기반으로 회화, 설치, 영상 작업하는 시각 예술가다. 여성의 노동력과 신체성에 관심이 있다.
2시: 민예은, 당연, 모순, 부분, 전략, 그리고 정체성으로 가두지 않기
도나 해러웨이의 연구를 바탕으로 작품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해보고, ‘누구와 어떻게 우리를 조직하고 연대할 수 있는지’, 작가로서 ‘실천적 방식을 어떻게 구상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지’ 고민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민예은 발제자: 이질적 문화, 경계, 사이, 관계, 공유구역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3시: 요이, Watery Studies: Water, Womxn, Jeju Island
제주 동쪽 하도리 바다 앞에 살면서 경험한 물과 여성의 이야기를 나눈다.
요이 발제자: 시각 언어로 작업하는 디자이너, 작가, 티칭 아티스트다. 한 사람의 모습과 정체성의 이야기를 개인적, 사회적,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다차원적이고 유기적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 지속 가능한 세계시민 예술학교를 세우는 꿈을 가지고, 머리와 마음 그리고 손을 연결하는 예술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4시: 최인혜, 회복 그리고 트러블과 함께하기
어쩌면 해러웨이의 의도와는 다르게 텍스트를 읽어냈는지도 모른다. 다만 해러웨이가 엮어낸 이야기 속에서 제시되는 ‘유망한 패턴’들을 따라가다 보면 설명할 수 없던 ‘나의 이야기’가 꿈틀대는 것을 감지한다. 그렇게 건져 올린 ‘나의 세계’ 또는 나를 지워버린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인혜 발제자: 춤을 추고 춤을 만든다. 도나 해러웨이의 책 <반려종 선언>을 혼자 읽으려고 했다면(아마 혼자서는 이런 사람을 알 길이 없었을 것이다.) 1페이지를 채 읽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미워하던 시간에 고전 페미니즘 책을 함께 읽는 모임에 합류하면서 이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도나 해러웨이의 사유는 어둠을 지나 ‘나의 세계’를 만나러 가는 길의 길잡이였다.
5시: 채윤, 아동·청소년에서 수림(水林)까지
도나 해러웨이의 반려종 선언을 접하면서 노동 현장에서 만나는 아동·청소년과의 반려종적 관계를 맺기 위해 시도한 분석 과정을 소개한다. 나아가 에코페미니즘적 사유가 일상에 스며들면서 개인의 예술 실천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채윤 발제자: 평일 낮에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만나며 교육 노동을 하고 있다. 반려묘 밤비와 함께 산다. 오늘 하루 살아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6시: 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