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Bacteria
2000/07/22 – 2000/08/04

핑크빛 박테리아

참여 작가: 김수지, 이중근, 안선영, 조유연, 김태훈, 심지현, 최명섭
장소: 대안공간 루프
주최/주관: 대안공간 루프

Pink Bacteria

Artists: Soo Ji Kim, Joong Keun Lee, Sun Young Ahn, Yu Yeon Jo, Tae Hoon Kim, Ji Hyun Shim, Myung Sub Choi
Venue: Alternative Space LOOP
Organized by: Alternative Space LOOP

핑크빛 박테리아

2000년도의 가장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의 수명을 실제로 몇 백년 연장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질병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세기의 장수를 누리게 될 미래의 인간들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우리들이 경험하지 않은 많은 것과의 조우는 이제 더 이상 한정된 인간들의 특별한 임무가 아니리라. 하지만 아직 예술가들에게 기회가 있다. 우리만의 특별한 시선을 과시하며 평범하지 않은 평이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초자연적이거나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인간의 일차적 감정은 공포심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보이는 행위가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게 된다.

일곱명의 특이한 행위를 잘 살펴보면 사실 뭔가 아주 일반적이고 평범함을 찾아냈을 뿐이다.
자신의 모습을 다방면으로 바라보게 되는 김수지의 작업은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바꿔 버렸을 때 느껴지는 새로운 충격을 유도한다. 하지만 합성된 이미지들은 모두 일상생활에서 항상 봐오던 것들이 아닌가. 고정된 이미지에 지배되어온 우리들의 관념을 건드리고 있다.

관객은 요즘 전시장에서 작품의 우위에서 참여하고 완성해 나가고 있다. 이중근의 작업은 우리 앞에 제시된 이상적인 샘플들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평범한 인간이 누리고 싶은 이상화된 몸매의 대리만족을 충족할 수 있겠으나 그는 완전한 만족도 허락하지 않는다. 실제 누드사진도 아닌 마네킹의 몸을 합성시키며 우리의 이상화 직업을 다시 본연의 몸체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도가 엿보이는 듯 하다.

‘수퍼맨은 영원한 우리들의 영웅이다’라는 환상을 깨뜨리는 안선영의 작업은 평범하고 현대인으로서의 공통적인 고독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더 나아가 흔히 부르는 변태 수퍼맨일 수 있는 그의 ‘강인함’을 보여주게 된다. 주변 인물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서 재미를 느끼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야 말로 즐겁고 특이한 세상임을 문득 깨닫게 된다.

뱀가죽은 그 질긴 가죽과 아름다운 천연무늬로 인해 사치품목 1호로 꼽힌다. 조유연의 작업은 우리 주변에 산재한 소비의 이미지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루프 공간 어디서든 부딪히게 된 이 뱀무늬가 주는 그의 조심스러운 경고를 통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고 익숙해져버린 소비중심의 문화에 대한 인식을 강요하고 있다.

귀신의 존재는 그 형상이 인간이기에 더욱 두려움을 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심코 부는 한밤의 휘파람이 공포의 대상을 불러내는 주술이라고 전해내려 오지만 김태훈은 맹랑한 실험정신을 발휘하여 직접 시도하고 있다. 실제 흉가에서 촬영된 이 작업이 단지 ‘실제로 해봤더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유별난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신체가 자연의 지배를 벗어나 위대한 과학의 힘에 의해 지배받게 될 때, 자연에서 얻어진 인간 특유의 감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심지현은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들의 감수성도 일정한 규칙체계로 엮인 설계도면일지를 분석한다. 특히 변수가 많고 돌연변이체를 지닌 많은 종류의 도면이 되지 않을까.

인간의 관음증이 이제 루프에서는 뻔뻔하고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비디오 샵에서 포르노를 힐끔 훔쳐보는 비밀스러운 시선은 이 곳에서 당당하게 내보이고, 일상적인 행위와 다름없이 그 ‘훔쳐보기’가 이루어진다. 그런 행위에서 파생되는 결과물들은 예술참여 행위의 징표일 뿐 더 이상 병으로 진단되는 특이행위가 아닌 것이다.

루프에서 벌어지는 이런 갖가지 해프닝은 문득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해왔던 일상임을 깨닫는다. 그것들은 이곳에서 공포스럽게 혹은 우스꽝스럽게 보여진다. 하지만 그들을 이러한 시선으로 보는 여유는 그리 많지 않았음을 상기하시라. 루프에서의 경험은 사실 우리들 마음속에 늘 존재해 왔던 특이한 평이성이었던 것이다.

김인선

  • Pink Bacteria
    안선영, 슈퍼맨의 요새,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