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 Hyeon Koh Solo Exhibition
Ji Hyun Ko
1999/08/28 – 1999/09/09

고지현 개인전-主婦

참여 작가: 고지현
장소: 대안공간 루프
주최/주관: 대안공간 루프

Ji Hyun Ko Solo Exhibition-主婦

Artist: Ji Hyun Ko
Venue: Alternative Space LOOP
Organized by: Alternative Space LOOP

主婦

무지하게 더운 날의 연속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기, 옹졸함, 뒤틀린 심성, 정치력이라는 것들에 때늦은 반감을 갖게 되는 요즘 나는 그토록 많은 상황들이 얽히고설킨 나날을 살아가면서 그래도 살맛이 있는가를 스스로 묻곤 한다. 매번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누구나 이 찜통더위 속에서 그런 괜한 침잠감에 빠지는 증상을 보일 거라 위안한다. 그런 면에서 오랜만에 작가 고지현씨를 만난 건 어찌 보면 일상이 꾸미는 음모를 찬찬히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고 싶다. 누구는 섭섭해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번 전시는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지켜본다. 루프라는 공간에서 굉장한 사건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놀랄만한 기상천외한 계획이 완벽하게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제하고픈 사람들이 그러하다. 나 역시 그런 우려가 없지 않았다. 비디오 작업을 안 해본 사람이 비디오를 전시한다는 것도 그렇고, 공간연출에 신경써본 전시를 많이 해 본 것 같지도 않고, 그리고 루프에 들르는 손님 수가 급격히 감소한 이유를 최근 몇몇 신통찮은(?) 전시에서 찾는 내부 분위기 등등 때문이다. 하지만 계산된 배려와 비본질적인 걱정거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속 편한 마음으로 고지현씨의 전시를 만나고 싶었다.

약속시간을 지켜 루프에 온 그녀는 한 쪽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발길을 돌려 슬그머니 의자에 앉았다. 자신의 전시계획을 설명하고, 기술적인 의문사항을 질문한 그녀는, 보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 사간과 공간속에서의 긴장과 압력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느낌이 어떠한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그녀는 글이나 말로 자신의 작품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선 무관심한 듯 보였고, 경우에 다라서는 무능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의 예술을 이론적 어휘로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될 때 그녀가 느끼게 될 답답함과 짜증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 다행이 동석자가 분위기를 잡아준 덕분에 우리는 작품얘기 보다는 공간 꾸미기에 대한 얘기를 가볍게 나누었다.

결혼하기 전 작품 스타일과는 달리 8미리 홈비디오 카메라로 집에서 작업한 이번 전시는, 예술적 개념을 형성하고 그 개념을 표현하는 기술을 개발해내는 자신의 능력에 제한을 가하는 일련의 인습에 대한 집착의 위험을 알고 있는 그녀의 선택이다. 가정 Home 이라는 평범한 일상세계라 명명한 것으로부터 재료를 선택한 그녀의 비논술적 기법은 자신의 정서적 반응에 입각해 있다.

그녀의 비디오 화면은 감정을 나타내는 징후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정을 애써 언급하지도 않는다. 그저 감정의 심상일뿐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매개수단 혹은 그 수단을 통한 자아의 표현은 자아에게서 나오는 어떤 것과 객관적 조건과의 연장된 상호작용으로 보인다.

전시된 비디오의 내용 세 가지는 대략 이러하다. 하나는 매일매일의 기계적인 물상의 표정과 지루해진 손길을 보여준다. 가정에서 접하는 끊임없는 반복의 힘을 밋밋하고 지루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녀는 스스로 게으른 여자라 했다. 그녀의 남편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항상 지키는 keep 가정의 여러 대상들에 발랄함을 불어넣는 데 익숙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혹은 그녀가 동원하는 모든 방법들이 서투른 것일지도 모른다. 전시장 안으로 옮겨진 그녀의 일상은 우리 포커스를 끄는 가상적 특질을 보여주면서, Homekeeper의 허상적 공간으로 이동한다. 다른 하나는 ‘나’의 이미지의 세계에 자연스레 침입해 들어오는 것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레지스탕스를 보인다. 주변 사물을 겨냥하는 그녀의 총은 지겹고, 궁상스럽고, 보잘 것 없고, 구질구질한 것들에 스스로 무관심하지 못하다는 증거물이다. 그것들이 싫어서가 아니랜다. 괜히 툭툭 건드리고 싶다. 남편의 장단지에 난 꼬불꼬불 털을 하나씩 뽑듯이. 또 하나는 지인들이 보내준 카드를 꺼내본다. 그리고 좋은 것으로 공식화해서 자동인간처럼 기계적으로 되풀이하여 발설하는 언어의 물량을 직접 따라 써 qs다. 행동의 양태 속에 존재하는 삶의 유사물인 즉각적으로 듣고 볼 수 있는 현전 속에 감정을 객관화 하여 습관적인 타성으로 변질시켜버리는 언어의 무관심을 조용히 보여준다. 이번 전시작품은 어찌 보면 그녀 개인의 가정생활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증언을 내보인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추론적인 수단에 의해서는 결코 소통될 수 없는 어떤 현실성을 별 기교 없이 담담히 표현하려는 그녀의 작은 시도는 그래서 별 무게 없음에 별 신선함 없음에 비판받을지 모른다. 실제적이든 대리적이든 상상적이든 간에 관객에서 다가가는 그녀의 정조와 파상을 보면서, 나는 잠을 깨우기 위한 농담을 한다. 분발심을 일으키기 위해 신랄하게 나무래도 본다. 그러면 약간의 반응이 있겠지. 그러나 그것은 곧 사라지고 여전히 즐거운 권태로 가라앉는다. 루프 구멍 loophole로 빨려 들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