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ended Senses: Duegyoung Lee , Dong Hoon Cha, Kyung Woo Han, Ando Takahiro, Yamaguchi Takahiro, Satosi Yasiro
2010/09/07 – 2010/10/23

감각의 확장
참여 작가: 이득영, 차동훈, 한경우, 안도 타카히로, 야마구치 타카히로, 사토시 야시로
장소: 대안공간 루프
주최/주관: 대안공간 루프

Extended Senses
Artists: Duegyoung Lee , Dong Hoon Cha, Kyung Woo Han, Ando Takahiro, Yamaguchi Takahiro, Satosi Yasiro
Venue: Alternative Space LOOP
Organized by: Alternative Space LOOP

‹감각의 확장›전은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아트 교류전이다. 전시회 명칭 그대로 우리는 한국과 일본 미디어아트의 현재를 점검하고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함께 확장되고 있는 우리의 감각체계에 대한 담론을 제기하고자 기획하였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디지털 미디어 매체와 인간 감각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생성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의 감각체계는 보다 분화되고 보다 공감각적인 체계로의 확장을 요구 받고 있다. 진중권은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에서 디지털의 특징을 비선형, 순환성, 파편성, 중의성, 동감각, 형상문자, 단자론 등으로 규정하였다. 동감각, 즉 공감각화는 만지고 보고 듣는 멀티미디어적 환경에서 비롯된다.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은 우리의 감각과 신경이 다양한 미디어에 의해서 이미 확장된 만큼 창조적인 인식의 과정이 집합적으로 통합적으로 인간사회의 전체로 확장될 때 우리는 인간 확장의 마지막 단계-의식의 기계적 시뮬레이션-에 다다르게 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기계적 소통이 인간 신경 시스템의 연장에 이르는 수준까지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간의 감각적 지각도 발전한다는 것이다. 다감각, 공감각화를 넘어 끊임없는 감각의 확장이란 다만 기술적인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와 하나가 합쳐져서 둘이 되는 물리적인 논리의 합이 아닌 화학적인 반응을 통해 새로운 감각,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무한 개념의 확장이다.

대상을 인지하고 감응하는 메커니즘에 있어서 동양과 서양은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서양의 인식론이 이분법적 사상 안에서 이성과 놀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동양은 다원적이고 유기적인 사상 안에서 보다 감성적이고 직관에 의존해왔다. 서구의 인식 메커니즘이 경험과 분석, 가설과 입증 등을 통한 합리성, 객관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 동양의 인식 메커니즘은 5관의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의 감응에서 이뤄지는 통찰과 직관을 중요시 한다. 눈앞에 보이는 상을 오감과 시지각을 통한 계측을 통해 감응하는 서양과 상의 본질을 헤아리는 동양은 사물에 대한 인식체계에서 확연한 차이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서양 – 오감의 반응을 통한 뇌의 인식 1+1+1+1+1=5
동양 – 오관의 호흡을 통한 몸과 마음의 감응(기의 감응관계) 1+1+1+1+1=∞

서구 사상의 원류로 인정받아온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공통적으로 이원론에 기초한 세계관을 제시하였다. 과학문명을 이끌어온 이원론적 세계관은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이원론은 인지과학이 부딪힌 '일자와 다자'라는 거대한 문제의 해결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를 노출하고 현대과학은 새로운 인식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동양 사상은 순환적이면서 유기적인 세계관을 제시해왔다. 실체와 그림자라는 플라톤의 이원론적 관계도 불교와 노장사상에서는 순환적이고 유기적 공유의 관계로 나타난다.

이 같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수천 년을 이어온 동양의 사상과 문화는 20세기 서구의 눈부신 과학 문명에 가려 역사의 그늘에 가려, 한 때 전근대적이고 비과학적인 영역으로 몰락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21세기 현재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의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오히려 동양 사상의 원리를 증명하는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제까지 서구 과학자들은 인간적 척도와 관계없는 절대적 진리가 존재하리라는 플라톤적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서양철학과 과학은 현실의 '그림자' 속에서 진리의 '실체'를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이런 이원론적 세계관은 상대성 원리를 지나 양자역학에 이르면서 그림자와 실체의 합일적인 시점을 요구하고 있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그림자와 실체를 이분하기 보다는 그 사이의 동등성과 동반성을 강조하는 동양 사상과 일치한다. 양자역학에서 이야기하는 보이지 않는 끈의 얽힘을 통해 그림자와 실체는 연결된 유기체로 해석된다. 로저 펜로즈는 과학 발달로 시도된 인공지능에 대해 양자역학 측면에서 접근해야 마음과 몸이 가지고 있는 관계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주장하였다. (인간의 뇌가 컴퓨터와 다른 점은, 인간의 뇌 속에서는 파동함수들의 중첩으로 인한 양자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닐스 보어는 양자물리학의 특징적 면모를 그의 상보성원리에서 표현했는데 상보성원리는 "원자적 물체의 행동과 그 현상이 나타나는 조건들을 정의하는데 도움을 주는 측정 도구와의 상호작용에서 어떠한 날카로운 구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실험 조건 아래서 얻어진 증거들은 단일한 구도 안에서 이해될 수 업고 오직 그 현상의 총체성만이 그 대상들에 대한 가능한 정보를 규명해준다는 의미에서 상보적인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보어도 언급한 동양 사상의 태극과 의미를 같이 한다.

21세기 들어 사회 문화의 세계사적인 흐름은 그림자와 실체를 이분하기보다는 그 사이의 동등성과 동반성을 강조하는 동양적 시각에 방점을 두고 있다. 과학문명을 꽃피운 서구의 분석적 객관적 합리적 인식이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그 한계에 봉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돌파구로 동양의 직관과 통찰을 통한 통합적 사유체계에 눈을 돌리고 있는 현실은 자못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우리의 감각의 확장 역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동양적 사유 체계로의 회귀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21세기 인류는 이성과 논리의 시대를 벗어나 감성과 직관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지나 양자시대 과학으로 진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는 이항대립의 이원론적 서구 사상과 함께 동양적 인식론의 확산을 경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의 감각 역시 분석과 계측, 경험을 통한 단선적 인식체계에서 감각의 통합을 기반으로 새로운 다차원적인 감각의 확장으로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새로운 인식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감각의 확장›전은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감각들을 다루는 한국, 일본의 젊은 미디어 작가들과 함께 1세기 동안 길들어져 온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감각체계를 벗어나고자 한다. 참여 작가들은 입력과 출력의 작업과정에서 하나의 감각을 다른 감각들로 변환을 시키거나 하나의 감각을 다 감각화 한다. 이러한 다양한 변환과 확장의 시도들은 동양의 감응체계에 대해 되새기어 볼 수 있는 작은 체험의 기회들을 우리에게 마련할 것이다.

글: 서진석